기생충 결말, 기우가 그 집을 사려면 547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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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까지 다 이야기합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은 돌아가세요.

기생충을 다시 봤다. 첫 장면 반지하 창문에서 내 20대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 영화 촬영지 중 제일 유명한 슈퍼가 작년에 문을 닫았다. 그 얘기까지 하려면 결말부터 해야 한다.

  • 감독 봉준호
  • 주연 송강호(기택) · 이선균(박 사장) · 조여정(연교) · 최우식(기우) · 박소담(기정) · 장혜진(충숙) · 이정은(문광) · 박명훈(근세)
  • 개봉 2019년 5월 30일 · 131분

전원 백수인 기택네 가족이 박 사장 집에 한 명씩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일.

반지하, 지나가는 사람 발만 보이던 방

ⓒ 영화 ‘기생충’ 스틸컷

기생충 시작하면 반지하가 나온다. 나도 20대 군대 다녀와서 서울에 처음 자취할 때 돈이 없고 모르니까 싼 곳을 찾아서 반지하에서 생활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지나가는 사람 발만 보이고 창문도 잘 못 열고. 그래도 지금처럼 배달 문화가 없을 때라서 오토바이 소리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 공간을 “분명히 지하인데 지상으로 믿고 싶은 공간”이라고 불렀다. 불어·영어 자막 만들 때 반지하에 해당하는 정확한 단어가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살아본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반지하 살아본 분들, 창문 열 수 있었나요?

내려가고, 터널 지나고, 또 내려가고

지하에 살던 문광 부부와 마주친 뒤에 집으로 도망가는 장면. 도망가는 동안 내려가고 터널을 지나고 또 내려가고 내려가고. 사람과 사람의 간극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인가 보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 영화 ‘기생충’ 흑백판 스틸컷

맞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 집은 수직으로 만들어졌다. 각각의 공간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끼리 계단 시네마, 계단 영화라 불렀다”고 말했다. 계단 이미지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 ‘충녀’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스틸컷 한 장에서 뒤늦게 보인 것

ⓒ 영화 ‘기생충’ 흑백판 스틸컷

스틸컷을 보다가 영화 보면서 느낀 것과 다른 장면이 보였다. 언제나 박 사장 가족들이 앞에 서 있어서 권력층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는데, 여기서는 기사가 앞에 있다. 기생충이 숙주를 조종하는 느낌. 가족들이 점점 기생하면서 숙주를 조종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들 한 명이 들어가면서 기생충이 늘어나고, 나중엔 서로 다른 기생충끼리 싸우는 것까지 생각이 되어버렸다.

찾아보니 감독은 원래 이 영화를 가난한 집이 부잣집에 침투해서 안에서부터 갉아먹고 다 차지하는 이야기로 구상했다가, 문광·근세를 넣으면서 “부자 숙주가 모르는 가운데 두 가족이 싸우는” 이야기로 바꿨다고 했다(씨네21).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는 숙주를 조종해서 모양까지 바꾸는 진짜 기생충 얘기를 하면서 기택 가족과 닮았다고 썼다.

기택은 왜 박 사장을 찔렀을까 (나는 이해가 안 됐다)

ⓒ 영화 ‘기생충’ 흑백판 스틸컷

기택이 왜 박 사장을 죽였는지 난 보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냄새 나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거에 욱해서?

찾아보니 감독이 직접 답을 해놨다. 분노가 지하에서 반지하로,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바통 터치하듯 연결되고, 기택의 ‘스파이크’를 만드는 배구의 토스 같은 행위가 근세의 냄새에 코를 쥐는 박 사장의 모습이라고 했다(씨네21). 자기 냄새 얘기를 참고 참다가, 죽어가는 근세한테까지 코를 막는 걸 본 순간 터진 거다.

그래도 나는 아직 반쯤만 납득이다. 혹시 나랑 생각이 다르면 댓글에 남겨줘도 된다.

결말 — 열심히 살았으면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에 기우가 머리를 다치고 정신 차린 건지, 집을 사는 장면이 나왔을 때 처음부터 열심히 살았으면 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 뒤에 나온 장면 때문에 안 되는 사람은 안 된다는 걸 이야기하는 걸까 라는 씁쓸함이 남더라.

감독은 그 씁쓸함을 숫자로 못 박았다. 기우가 그 집을 사겠다고 선언하는데, 직접 계산해 보니 평균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547년이 걸린다고. 그래서 솔직하게 끝내고 싶었다고 했다(로테르담영화제 마스터클래스).

기택: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 줄 아니? 무계획이야.

촬영지 — 이 영화의 장소들은 대부분 없어졌다

기생충은 촬영의 90%를 세트에서 찍은 영화다. 그래서 ‘가볼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적다.

박 사장 집 — 극중 배경: 서울 부촌 / 실제 촬영지: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 세트. 2018년 4~9월 다섯 달에 걸쳐 세트를 짓고 찍었고, 촬영 끝나고 철거됐다. 지금 가도 없다.

기택네 반지하와 동네 — 극중 배경: 서울 재개발 동네 / 실제 촬영지: 고양 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 세트. 바닥을 1m 20cm 올려 반지하 집을 짓고 그 주변으로 40가구 정도 동네를 만들었다. 폭우로 동네가 잠기는 장면은 세트에 물을 부어서 찍었다. 역시 철거.

우리슈퍼(돼지쌀슈퍼) — 극중 배경 = 실제 촬영지: 마포구 아현동. 기우가 과외 제안을 받고 기정이 복숭아를 훔친 곳. 2025년 5월 문을 닫았다. 자리에는 배달 음식점이 들어선다고 한다. 주인 아저씨 말이 “사진 찍는 외국인은 많았지만 물건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한국경제).

그러면 아직 남아 있는 건 세 곳이다.

자하문터널 계단 앞 기생충 포토존 ⓒ 서울관광재단 서울관광아카이브 (공공누리 1유형)
  • 자하문터널 계단 (빗속에 뛰어 내려가는 그 계단) —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터널 옆. 24시간 개방, 무료.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주차 없음. 계단 맞은편에 포토존 있음.
  • 기택 동네 계단 — 마포구 손기정로6길(환일길). 돼지쌀슈퍼 옆 골목 계단, 기정이 복숭아 들고 오르던 곳. 주택가 계단이라 5분이면 끝난다. 주민 사시는 동네니까 조용히.
  • 스카이피자(극중 피자시대) — 동작구 노량진로6길 86, 02-822-3082. 피자박스 접던 그 피자집. 2025년 11월 방송 기준 영업 중이지만 노량진 뉴타운 재개발 구역이라 언제까지일지 모른다. 가려면 전화하고 가라.
영화 속 기택 동네 계단, 아현동 환일1길 ⓒ 영화 ‘기생충’ 스틸컷

솔직한 기대치: 계단 두 군데는 ‘사진 한 장 찍고 끝’이다. 영화 분위기를 느끼려면 흐린 날 자하문터널이 제일 낫다. 방문 정보는 바뀔 수 있다.

마무리

돼지쌀슈퍼가 없어졌다는 기사를 보고 생각했다. 영화가 찍은 동네는 자꾸 없어진다.

반지하에서 나온 뒤로 나는 창문을 열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올라온 건데, 이 영화는 그 계단이 몇 칸인지를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여러분은 기택이 왜 찔렀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아직도 반쯤만 납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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