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 촬영지, 김류가 진 북문은 왜 ‘전승문’일까?

남한산성 서문 우익문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속 남한산성은 강원도 평창에 있었다. 대신들이 입김을 뿜으며 싸우던 행궁도, 청군과 맞붙던 성벽도 세트였다. 그래서 나는 영화가 아니라 역사의 남한산성을 보러 갔다. 김류가 군사를 내보낸 북문, 그리고 인조가 걸어 나간 서문이다.

이 글에서 볼 것

  • 영화 이야기 — 뱃사공을 벤 김상헌, 그리고 박쥐처럼 날아다니는 벼슬아치들
  • 촬영지 — 김류가 진 북문에 왜 ‘전승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나
  • 방문 정보 — 서문에서 삼전도가 보이는 자리, 덜 힘든 길, 경기도민 무료, 주차
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 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영화 정보

  • 감독: 황동혁
  • 주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조우진)
  • 개봉: 2017년 10월 3일 / 139분 / 15세 관람가
  • 원작: 김훈 소설 『남한산성』 / 음악: 류이치 사카모토
  • 관객 384만 명, 제38회 청룡영화상 각본상

한 줄 소개: 1636년 병자호란, 성에 갇힌 47일 동안 “굽혀서 살자”와 “싸워서 지키자”가 임금 앞에서 부딪치는 영화.

청의 대군을 피해 인조(박해일)와 조정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간다. 성 안에서는 화친을 주장하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끝까지 싸우자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이 맞선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47일이 흘러간다.

뱃사공을 죽여야 했을까

영화는 이 장면으로 문을 연다. 김상헌(김윤석)은 자신을 이끌고 얼어붙은 강을 건너게 해 준 나루터의 늙은 뱃사공을 벤다. 노인은 전날 임금 일행에게 얼음 길을 알려주고도 좁쌀 한 되 받지 못했다며, 청군이 오면 길을 알려주고 곡식이라도 얻겠다고 했다.

청군의 길잡이가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하루라도 시간을 벌겠다고 한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거둬도 되는 걸까. 대의를 말하는 사람의 칼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힘없는 백성이었다.

영화 남한산성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김상헌
ⓒ 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이 강 장면은 두께가 30cm에 이르는 실제 얼어붙은 강 위에서 찍었다. 황동혁 감독은 안전하게 촬영하려고 강이 두껍게 얼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는데

성 안의 싸움은 결국 두 사람의 싸움이다. 굽혀서라도 살아남자는 최명길(주화파)과 끝까지 싸워 대의를 지키자는 김상헌(척화파). 최명길의 말대로라면, 싸우면 사라지고 굽히면 나라는 산다.

신은 아직 무너지지 않은 세상에서 그 욕을 감당하고자 하옵니다.

최명길(이병헌)
영화 남한산성 최명길과 김상헌의 대립
ⓒ 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이 대립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 장인 두 사람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말로 맞붙는다. 이병헌과 김윤석은 이 영화로 처음 호흡을 맞췄고, 감독은 김훈 원작의 대사를 가능한 한 그대로 살리려 했다고 한다. 칼 대신 문장이 부딪치는데도 웬만한 전투 장면보다 팽팽하다.

다시 생각해 보면 두 사람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다. 다만 그 마음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그래서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둘 중 누구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쥐처럼 날아다니는 벼슬아치

주화파와 척화파가 맞붙는 동안, 그 뒤에서 바람 부는 쪽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벼슬아치들이 있다. 그 맨 앞에 선 사람이 영의정이자 체찰사인 김류(송영창)다.

김류는 청과 말을 섞고 온 최명길을 두고 “적과 내통했으니 목을 베라”고 몰아붙인다. 그런데 인조는 그런 김류를 최명길과 함께 청 진영으로 보내 버린다. 새해 선물(세찬)로 가져간 소는 거절당하고, 돌아온 조정에서는 이번엔 김류에게도 책임을 물으라는 말이 쏟아진다. 남의 목을 베라던 사람이, 자기 목이 걸린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그때 김류의 얼굴에 번지는 당혹감이 이 영화에서 가장 고소한 장면이었다. 큰소리치던 사람이 순식간에 말을 잃는 그 표정 하나가, 김류라는 인물을 다 설명한다.

영화 남한산성 인조 앞에 엎드린 대신들
ⓒ 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박쥐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김류는 북문 쪽 청군이 허술해 보인다며 출병을 밀어붙인다. 성 밖에서 병사들이 겁에 질려 나아가지 못하자, 부관에게 자기 칼을 내주며 “체찰사의 칼이다, 움직이지 않는 병사들을 베라”고 명한다. 부관이 아군 한 명을 본보기로 벤 뒤에야 부대가 움직인다. 그리고 싸움에 지자, 이번엔 그 책임을 수어사 이시백에게 떠넘긴다.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 그린 건지, 성 안에서는 나라를 구할 방법보다 서로의 정치질이 먼저 보인다. 주화파와 척화파의 싸움이 제자리를 맴도는 동안, 칼을 쥔 쪽은 늘 책임을 아래로 미루는 사람이었다. 그 김류가 밀어붙여 군사 300명이 나간 문, 그게 북문이다.

추운 겨울의 남한산성을, 나는 가을에 찍었다

대신들이 입김을 뿜으며 싸우던 외행전은 강원도 평창에 지은 오픈세트였고, 성벽 전투도 평창 산속에 지은 성첩 세트에서 찍었다. 제작진이 남한산성을 여러 번 답사해 실제 성돌 크기까지 재서 만든 세트다. 그 평창 세트는 촬영 뒤 관리가 안 돼 방치됐다는 보도가 있다.

하지만 역사의 남한산성은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영화가 한겨울에 담은 그 싸움의 무대를, 나는 가을 햇살 아래에서 걸었다.

북문, 이름은 ‘전승문’

남한산성 북문 전승문
남한산성 북문(전승문) — 2026년 가을 직접 촬영

영화 속 첫 승전의 군사들이 돌아온 문도 북문이고, 300명이 나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문도 북문이다. 같은 문이 승리와 참패를 모두 지켜본 셈이다.

현판의 이름은 ‘전승문(全勝門)’, 전부 이긴다는 뜻이다. 병자호란 때 김류의 주장으로 군사 300명이 이 문을 나섰다가 법화골에서 몰살당했다. 1779년 정조 때 성을 고치면서, 다시는 지지 말자는 뜻으로 이 이름을 붙였다. 김류가 진 문에 “전부 이긴다”는 이름이 걸려 있는 셈이다.

진짜 행궁

영화 속 대신들이 입김을 뿜으며 다투던 외행전, 그 진짜가 여기 있다.

남한산성 행궁 외행전
남한산성 행궁 외행전 — 직접 촬영

임금이 머문 내행전은 담장 안쪽으로 한 번 더 들어가야 나온다. 방 안에는 일월오봉도 병풍이 놓여 있다.

남한산성 행궁 내행전 일월오봉도
내행전 안의 일월오봉도 — 직접 촬영

인조가 걸어 나간 서문

인조가 항복하러 나간 문은 정문인 남문이 아니라 서문이다. 청이 “죄인이니 서문으로 나오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남한산성 서문 우익문
남한산성 서문 — 직접 촬영

서문 옆 성벽에 서면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가운데 롯데월드타워가 선 송파 쪽, 그 근처가 인조가 내려가 절을 한 삼전도다. 그 자리를 기록한 삼전도비는 지금 석촌호수 서호 언덕(잠실동), 롯데월드타워 바로 옆에 서 있다.

남한산성 서문에서 내려다본 서울 송파 롯데월드타워
서문 옆 성벽에서 본 송파 쪽 — 직접 촬영

행궁에서 서문까지 걷는다면 산길은 가깝지만 경사가 가팔라서 꽤 힘들다. 로터리에서 이어지는 포장된 길을 따라 북문을 거쳐 서문까지 가는 쪽이 훨씬 편하다. 이 글의 순서대로 북문의 이름을 보고, 서문에서 송파를 내려다보게 되는 길이기도 하다.

촬영지 방문 정보

  • 극중 배경: 경기 광주 남한산성 (행궁·성곽·북문·서문)
  • 실제 촬영지: 행궁 외행전·내행전 = 강원 평창 대화면 오픈세트 / 성곽 전투 = 평창 성첩 세트 / 청나라 진영 = 충주 세트 / 빙벽 = 양주 가래비 빙벽장
  • 실제 남한산성: 한국영상자료원 기록에는 장경사 일대도 촬영지로 올라 있지만, 영화 속 어느 장면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 주소: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남한산성로 731 (남한산성 행궁)
  • 행궁 관람시간: 4~10월 10:00~18:00 / 11~3월 10:00~17:00 (매표는 마감 30분 전까지)
  • 휴궁: 매주 월요일 (공휴일이면 개방)
  • 행궁 관람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 경기도민은 신분증 보여주면 무료
  • 주차(후불): 승용차 평일 3,000원, 공휴일 5,000원 / 30분 안에 나가면 무료 /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무료
  • 무료 셔틀: 3월 14일~11월 30일 (7~8월 제외), 남한산성면 행정복지센터 주차장 ↔ 중앙주차장
  • 걷는 길: 행궁 → 서문은 산길 대신 로터리 쪽 포장길로 북문을 거쳐 가는 게 편하다
  • 문의: 031-8008-5155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관람 안내)

솔직히 영화 장면을 그대로 찾아다니는 재미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행궁도 성곽 전투도 세트에서 찍었다. 대신 북문의 이름을 한 번 올려다보고, 서문 앞에서 롯데월드타워 쪽을 내려다보면, 영화가 끝내 향한 곳이 어디였는지가 보인다.

방문 정보는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확인하자.

당신이 그 성 안에 있었다면, 최명길과 김상헌 중 누구 편에 섰을까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함께 읽기 — 또 하나의 행궁: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수원 화성행궁 / 배경과 촬영지가 달랐던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라진 서빙고 / 같은 날 다녀온 곳: 식객, 안성 서일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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