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8년 여름, 인천 앞바다 갯벌. 진흙을 뒤집어쓴 두 남자 뒤로 가운데가 끊어진 다리가 서 있었다.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마지막 싸움 장면이다. 그 다리는 이듬해 이어졌다. 두 사람은 끝내 건너가지 못했다.
이 글에서 볼 것
- 영화 이야기 — 배우를 꿈꾼 깡패, 깡패를 흉내 낸 배우
- 끊어진 다리 — 갯벌 싸움 뒤에 서 있던 다리의 정체, 그 갯벌은 지금 어디에
- 촬영지 — 일산호수공원 애수교, 데이트 장면 그 자리와 방문 정보
영화 정보
- 감독: 장훈 (장편 데뷔작)
- 출연: 소지섭(이강패), 홍수현(강미나), 고창석(봉 감독) 외
- 개봉: 2008년 9월 11일 / 112분 / 청소년 관람불가 / 관객 약 131만 명
한 줄 소개: 배우를 꿈꾸는 깡패와 깡패보다 더한 배우가, 싸움만큼은 진짜로 하기로 하고 영화를 찍는다.
성질을 못 참고 상대 배우를 때려 촬영이 멈춘 액션 스타 장수타는, 룸살롱에서 사인을 해 주며 알게 된 조직폭력배 이강패(소지섭)를 찾아가 출연을 제안한다. 남몰래 배우를 꿈꾸던 강패는 조건을 하나 건다. 액션 장면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싸우자는 것.
소지섭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소간지’라는 별명을 얻고, 사회복무요원을 마친 뒤 돌아온 복귀작이다. 소지섭은 이 영화로 여러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배우를 꿈꾼 깡패, 깡패를 흉내 낸 배우
수타는 액션영화를 찍는데, 정작 조폭의 모습은 어설프게 연기한다. 강패는 배우가 꿈이었지만 조폭 생활을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갈망이 있어 보였다.

그러다가 둘이 룸살롱에서 만나게 된다.
룸살롱에서 만나고 난 뒤, 수타가 대본을 읽다가 잘 안 풀리자 강패가 한 말을 되새기면서 만족해하는 장면이 있다. 수타가 강패한테서 뭔가를 얻어 가는 순간이다.
그리고 수타는 강패를 찾아가 영화에 출연하라고 섭외한다.

반대로 강패는 두목이 시킨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배우의 삶과 깡패의 삶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다시, 다시, 다시 — 서로가 서로를 진짜로 만든다
강패가 영화에 들어오고 나서, 촬영은 계속 다시, 다시, 다시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눈에 독기가 올라오게 만든다. 강패도 촬영하면서 리얼함이 빠지는데, 그걸 다시 채워 주는 장면이 있다. 그걸 보면서 서로에게 배우가 어떤 건지 알려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타는 처음부터 진실됨보다는 보여 주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강패와 부딪히면서 점점 진실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허세 가득한 배우였는데, 어느 순간 ‘오, 이제 정감 가는 캐릭터가 되었네’ 싶었다.

영화 속 봉 감독(고창석)도 재밌다. 배우들한테 좀 리얼하게 못 하냐고 주문하다가, 진짜로 때리는 걸 알고 나서는 이건 영화라며 말린다.
볼 수는 있지만 건너갈 수 없는 다리
영화 속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갯벌 싸움이다. 이 싸움은 합을 맞춘 액션이 아니었다. 동선을 미리 짜 갔지만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에서는 소용이 없었고, 12시간 가까이 뒹군 끝에 오케이가 났다. 소지섭은 이 장면에서 실제로 맞고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싸움 뒤에 서 있는 다리가 인천대교다. 촬영이 있던 2008년 5~7월에는 가운데 사장교 구간 상판이 아직 이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마지막 상판이 연결된 건 그해 12월 16일, 개통은 2009년 10월 19일이다. 일부러 맞춘 게 아니었는데, 이 미완성 다리는 결국 포스터에도 쓰였다.

끊어진 다리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못하는 한계를 끊어진 다리가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볼 수는 있지만 갈 수는 없는, 그렇게 될 수 없는 현실.
두 사람도 서로를 보면서 서 있다. 그게 보였다.
거의 마지막, 영화 촬영도 다 끝내고 강패가 수타에게 한마디를 하고 떠나간다.
강패: 이제 배우 같아 보이네.
수타는 따라가서 보게 된다. 강패는 진짜 깡패가 어떤 것인지 보여 주고, 경찰에게 체포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서로를 이해하는 브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두 사람 사이는 그해 여름 저 다리처럼 끊어져 버렸다.
그 갯벌은 어디였을까 — 인천 촬영지와 마지막 장면 인사동
영화는 인천에서 2008년 5월부터 7월까지 다섯 차례 촬영했다. 차가 뒤집히는 추격 장면을 찍은 영종도 공항남로, 삼목선착장, 선녀바위해변, 인천 교직원수련원이 무대였다.
그런데 정작 갯벌 싸움을 찍은 정확한 지점은 어디에도 기록이 없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영종도에서 근무했는데, 그 주변에 저런 뻘은 없었다. 해변처럼 된 곳이 대부분이고, 뻘은 위험한 구간에나 있어서 촬영이 어렵다.
스틸 속 다리 각도와 위성사진을 맞춰 보면, 인천항 남쪽에서 지금의 송도 크루즈터미널 부지에 이르는 갯벌로 보인다(추정). 이 일대는 이후 상당 부분 매립돼 땅이 됐다. 다리는 이어졌고, 그 갯벌은 땅이 됐다. 그래서 이 장소는 스틸 한 장으로만 남긴다.
마지막 장면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찍었다. 인사동 입구에서 두 사람이 걷는 장면을, 골동품 가게가 있는 골목에서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 그 장면에 나오는 철불은 진짜가 아니라 제작진이 가져온 고무 소품이었다고 한다. 2009년 기사 기준이라 그 가게가 지금도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촬영지 방문 정보 — 일산호수공원 애수교
호수공원에서도 잠깐 촬영했다. 영화 속 데이트 장면이 애수교 부근이다. 일산에 살고 있는데, 1기 신도시 시절에 찍은 것 같다. 개봉 때랑 지금은 주변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다.
애수교도 2009년에 개보수를 했다. 다리 옆 표석에 그렇게 적혀 있다. 영화 속 다리와 지금 다리는 모습이 다르다. 지금도 다리 뒤로 새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영화에서 둘이 데이트를 하는데, 호수공원은 실제로 데이트하기 좋은 곳이다. 꽃박람회 때 가서 수상자전거를 탔는데, 호수 위에서 보는 풍경이 또 다르다.

실제 촬영지
갯벌 싸움: 인천대교가 보이는 인천 앞바다 갯벌 (정확한 지점 기록 없음, 인천항 남쪽~송도 북쪽 일대로 추정)
인천 영종도: 공항남로, 삼목선착장, 선녀바위해변, 인천 교직원수련원
마지막 장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데이트 장면: 일산호수공원 애수교 부근
- 주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595 (일산호수공원)
- 가는 법: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1번 출구, 도보 10분
- 입장료: 없음
- 주차: 공원 공영주차장, 평상시 승용차 5분당 90원 / 행사 때는 1회 2,000원
솔직히 영화 속 호수공원 장면은 짧아서, 애수교에 서서 ‘여기구나’ 하는 정도다. 대신 호수 한 바퀴 산책이나 데이트 코스로는 충분하다.
방문 정보는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확인하자.
눈앞에 보이는데 끝내 건너가지 못한 게 있었나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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