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는 상상으로 만든 재난이었다. 2026년의 우리는 그 재난을 한 번 겪고 나서 이 영화를 본다.
이 글에서 볼 것
· 영화 이야기 — 코로나를 지나고 다시 보니 왜 이렇게 답답했는지
· 촬영지 — 극중 배경은 분당인데, 경계선 장면은 분당에서 찍지 않았다
· 미르 —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컸을까
영화 정보
- 감독: 김성수
- 주연: 장혁(지구), 수애(인해), 박민하(미르)
- 개봉: 2013년 8월 14일
- 상영시간: 121분
- 한 줄 소개: 치사율 100% 변종 바이러스로 분당이 봉쇄되고, 감염 전문의 인해와 구조대원 지구가 아이 미르를 지키려 한다.

코로나를 지나고 다시 본 감기
이전에는 잠깐 보다가 안 봤다. 오늘 다시 보면서 내가 왜 저번에 멈추었는지 알겠더라.
코로나를 우리는 겪었다. 그 이전에 영화를 봤다면 몰라도, 지금은 코로나 이후에 이걸 보게 되는 거라서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진다. 겪어본 사람과 그냥 이야기를 들은 세대는 확실히 다르게 느낄 것 같다. 전쟁을 겪어본 사람, 그리고 그냥 이야기만 들어본 우리 세대. 이게 생각이 났다.
실제 코로나는 공항으로 들어와서 넓게 퍼져나갔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곳이 인천공항이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이지 않게, 몇 인 이상은 다니지 않게 하였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이 사람 모이는 곳을 피하게 되었다. 영화는 바이러스가 밀입국 컨테이너로 들어온다. 상상한 경로와 실제 경로부터 달랐다.
코로나를 겪어본 세대로서 얼마나 대처가 미흡하게 보이는 영화이기도 했다. 혹시 코로나 이후에 나왔으면 다른 스토리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재난영화인데 왜 이렇게 답답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함이 느껴졌다. 재난영화라는 게 아슬아슬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게 맞는데, 이거는 구성을 너무 맞추다 보니 그런지 답답함이 너무 느껴졌다.
분당이라도 사방이 막혀 있는 동네가 아니다. 위로 서울로 갈 수 있고 아래로 지방으로 갈 수도 있고 주변으로 도로가 다 뻗어 있는데, 영화는 서울 쪽 도로 하나에만 매달린다. 사방이 뚫린 도시에서 한쪽 도로만으로 사람을 막을 수 있었나 하는 설정상의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에 미국과의 갈등이 나오는데, 그 갈등을 봉쇄 설정에 처음부터 붙였으면 어땠을까. 분당에서 나가는 통로는 여러 개다. 서울로 가는 도로는 한국군이 막고, 나머지 통로는 미군이 막는다. 미군도 한국에 주둔하고 있고, 여기가 뚫리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일이니 개입할 이유가 있다. 그러면 사방이 뚫린 도시를 막는 설정도 말이 되고, 한국군과 미군이 대치하는 상황까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무엇보다 인해와 미르, 지구가 왜 하필 그 도로로 나가려 했는지도 이해가 된다. 뭔가 그런 추가적인 요소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인해는 왜 이기적인 사람으로 시작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부정적으로 든 생각이 있다. 왜 아이 엄마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시작하게 했을까 하는 거다. 인해는 감염 전문의다. 구조가 되었는데, 당연히 구조해야 되는 사람이 날 구해주었으니 그런 거다, 도와주지 못하니 뭐라 하고, 도와줘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시작하더라. 나중에 가서도 아이를 구해주니 그때서야 고맙다는 말을 하고.
부모로서 아이를 구해준 거는 고마운 게 맞다. 하지만 이기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서 시작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은 인터뷰에서 사람은 누구나 인해처럼 이기적으로 행동하기 쉽고, 누구나 지구처럼 밑바탕에 선량한 마음이 있고, 대다수는 미르처럼 힘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일부러 그렇게 설계했다는 뜻이다. 의도는 알겠는데, 보는 동안 불편했던 건 그대로다.
장혁은 그 구조대원을 요령 없이 밀어붙이는 사람으로 연기한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답답하지 않은 인물이 지구다.
1시간 47분, 군중 속 낯익은 얼굴
1시간 47분쯤, 군중이 일렬로 팔짱을 끼는 장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닮은 얼굴을 봤다. 그래서 찾아봤지만 공식 출연진에는 이름이 없어서 아쉬웠다. 보조출연자가 하루에 적게는 100~150명, 많게는 200~300명 동원됐다고 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 장면은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 배우와 스태프가 방역복을 입고 아스팔트 위에서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스팔트는 분당이 아니었다.
극중은 분당, 촬영은 고양 — 찾아갈 촬영지가 없는 영화
극중 배경: 성남 분당
실제 촬영지: 고양 행신동 + 경남 일대
감독은 처음 받은 시나리오의 격리 장소가 제주도였다고 했다. 섬이라 와닿지 않을 것 같아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위성도시로 바꿨고, 일산과 분당을 여러 차례 답사한 끝에 분당을 골랐다. 일산이 봉쇄되는 영화가 될 뻔했던 셈이다.
그런데 정작 서울 쪽 경계선 장면은 분당에서 찍지 않았다. 2012년 9월 고양신문 보도에 따르면 고양시 행신동의 개통 전 지하차도 약 1km 구간에 군경 경계 시설 세트를 세우고 대규모 군중 장면을 촬영했다. 시청 여러 부서와 제작사가 반년 가까이 협의한 끝에 성사된 촬영이었다. 영화가 그토록 집착한 서울행 도로가 실제로는 고양에 있었다.
| 장면 | 극중 설정 | 실제 촬영 |
|---|---|---|
| 경계선 대치 | 분당–수서 간 도로 | 고양 행신동, 개통 전 지하차도 세트 |
| 격리 캠프·살처분장 | 탄천변, 탄천종합운동장 | 촬영지 미확인 |
| 병원·마트 | 분당 | 경남 일대 (진주·양산 등, 세부 장소는 추정) |
솔직하게 말하면 이 영화는 찾아갈 촬영지가 없는 영화다. 세트는 철거됐고, 그 지하차도는 개통돼 차가 다닌다. 정확히 어느 도로였는지도 공식 자료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영화 속 배경, 탄천
그래도 영화가 그린 장소는 남아 있다. 미술감독은 격리 캠프를 탄천변에 텐트가 늘어선 거대한 캠핑장처럼 구상했고, 살처분장은 탄천종합운동장을 배경으로 설계했다. 실제 촬영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영화가 상상한 무대가 이곳이다.
- 탄천종합운동장 —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탄천로 215
- 주차: 운동장 주차장 있음 (요금은 현장 확인)
- 기대치: 영화의 흔적은 없다. 탄천 산책로와 운동장이 전부다. 영화를 보고 온 사람만 텐트가 늘어선 둔치를 떠올릴 수 있다.
방문 정보는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다.

미르는 어떻게 컸을까

영화 보면서 저렇게 뛰어오면 실제로 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 우는 얼굴이다.
미르를 연기한 박민하는 2007년생이다. 영화가 나온 지 13년, 그 아이는 이제 스무 살 대학생이고 연기를 전공하고 있다. 감기에서 미르를 안고 있던 유해진과는 ‘공조’와 ‘공조2’에서 다시 부녀로 만났다. 한동안은 사격 선수로도 뛰었다고 한다. 아이가 잘 크는 건 좋은 거니까, 이 영화에서 제일 훈훈한 소식은 영화 밖에 있었다.
1시간 47분, 그 군중 속에서 낯익은 얼굴을 본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그리고 코로나를 지나고 나서 다시 보니 달라 보인 영화가 있다면, 어떤 영화였는지 궁금하다.
함께 읽기
- 아가씨 — 고양 옆 파주, 벽초지수목원의 나무 터널
- 극한직업 — 이 영화처럼 극중 배경(수원)과 실제 촬영지(인천)가 다른 영화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같은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