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촬영지 삼척 신흥사, 은수는 왜 밀어냈다가 다시 왔을까

봄날은 간다 대숲에서 소리를 녹음하는 상우와 은수

※ 이 글은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다.

처음엔 은수가 가볍게 만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건 아니었다.

이 글에서 볼 것

  • 영화 이야기 — 은수는 왜 밀어냈다가 다시 다가왔을까
  • 촬영지 — 영화 속 바람소리·풍경소리·파도소리를 녹음한 삼척
  • 방문 정보 — 신흥사·대숲·맹방해변 하루 코스, 주소·주차

영화 정보

  • 감독: 허진호
  • 주연: 유지태(상우), 이영애(은수)
  • 개봉: 2001년 9월 28일 / 106분 / 15세 관람가

한 줄 소개: 소리를 채집하러 다니던 녹음기사와 라디오 PD의 사랑, 그리고 이별.

서울의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어느 겨울, 강릉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와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러 다닌다. 함께 녹음 여행을 다니며 가까워진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상우가 앞날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은수는 조금씩 멀어진다.

결혼과 이혼을 겪은 은수

결혼과 이혼을 겪은 은수. 그래서 만남이 너무 가볍게, 갑작스럽게 시작되어 버렸다.

첫 녹음 여행에서 둘은 대숲의 바람소리를 담고, 풍경소리를 기다리다 산사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눈 내리는 새벽, 마루에 앉아 소리를 녹음하는 상우 옆으로 은수가 소리 없이 다가와 앉는다. 말 한마디 없는데, 둘 사이에 뭔가 생겼다는 게 보이더라.

봄날은 간다 녹음 작업을 함께하는 상우와 은수
ⓒ 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컷

“라면 먹을래요?” 그 시대엔 너무 빨랐다

라면 먹을래요?

은수(이영애)

집 앞까지 바래다준 상우에게 은수가 묻는다. 라면 먹을래요? 그리고 라면을 끓이다 말고 한 번 더 묻는다. 자고 갈래요? 함께 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이다. 지금 봐도 빠른데, 2001년 극장에서는 꽤 놀라운 속도였을 거다. 은수에게 이 말은 고백이라기보다 오늘 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말에 가까워 보였다.

이영애는 이 대사를 유혹처럼 꾸미지 않는다. 지나가는 말처럼 담담하게 툭 던지는데,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겁이 많아서 숨겼다

하지만 이혼의 아픔 때문인지 사귀는 것에 대해서 부담,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숨김이 많았다.

은수가 두고 간 물건을 상우가 방송국 앞까지 가져다준 날, 은수는 상우의 말을 끊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다. 누구냐고 묻는 동료들에게는 “아는 동생”이라고 답한다. 서운해하는 상우에게 은수는 이렇게 둘러댄다.

그거 알면 상우 씨 잘려. 그럼 우리 못 만나잖아.

은수(이영애)

그게 진짜 이유였을까. 상우가 잘릴까 봐서였을까, 아니면 자기가 들킬까 봐서였을까.

봄날은 간다 대합실에 떨어져 앉은 상우와 은수
ⓒ 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컷

밀어냈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다가왔다

처음엔 가볍게 만나는 사람으로 느껴졌지만 그건 아니었네.

깊은 사이를 두려워해서 차갑게 대하고 밀어냈다가, 밀려나가면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다가오는데 그건 좀 감정이 없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느껴졌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상우(유지태)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뒤, 은수는 라디오 초대 손님으로 만난 남자와 가까워진다. 보고 싶은 마음에 강릉까지 찾아간 상우는 그 남자와 함께 차에 탄 은수를 보게 된다. 상우에게는 “헤어지자”만 되풀이하던 그 사람이다.

겁이 많았던 건 안다, 그래도

그리고 또 밀어내고 다가가고. 마지막까지 그런 모습이었다. 상처가 있어도 아닌 행동은 아닌 행동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다시 봄이 오고, 은수가 상우를 찾아온다. 할머니께 드리려고 화분도 하나 들고 왔다. 우리 같이 있을까, 하고 묻는 은수에게 상우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며 화분을 돌려준다. 은수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악수를 청하고, 벚꽃 아래에서 두 사람은 서로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봄날은 간다 벚꽃 아래 마지막 만남
ⓒ 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컷

영화를 보는 내내 은수의 감정과 은수에 대해서 썼다. 이 글을 보고 상우의 감정과 상우에 대해서 다시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그 시작은 소리였다

은수의 라디오 프로그램은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방송이었고, 상우는 그 소리를 녹음하러 다녔다. 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산사의 풍경소리, 겨울 바다의 파도소리.

이 소리들을 녹음한 곳이 대부분 강원도 삼척 근덕면에 모여 있다. 은수가 아직 겁을 꺼내 보이기 전, 둘이 가장 좋았던 시간의 장소들이다.

극중 배경 vs 실제 촬영지

장면극중 배경실제 촬영지
풍경소리·눈 내리는 소리녹음 여행 중 들른 절삼척 신흥사
대숲 바람소리녹음 여행삼척 근덕면 동막리 대숲
파도소리녹음 여행삼척 맹방해수욕장
강물소리녹음 여행정선 아우라지
“라면 먹을래요?”·이별 장면강릉 은수의 아파트동해 묵호 (등대 언덕의 아파트)

삼척 신흥사, 둘이 묵었던 절

두 사람이 하룻밤 묵은 방은 신흥사 경내의 설선당이다. 단청 없이 소박하게 지은 건물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어 영화 속 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규모가 큰 절은 아니다. 영화 속 그 고요함을 기대하고 가면 맞고, 볼거리 많은 관광지를 기대하면 금방 둘러보게 된다. 스님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니 조용히 다녀오자.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양리길 220
  • 관람: 따로 정해진 관람시간·입장료 안내는 없다 (사찰이니 이른 아침·늦은 저녁은 피하자)
  • 주차: 절 앞 주차장 이용
  • 문의: 삼척시 관광정책과 033-570-3722

대숲, 바람소리를 녹음한 곳

상우와 은수가 처음 녹음 여행을 떠나 댓잎 스치는 바람소리를 담은 곳이다. 영화 포스터 속 두 사람의 배경도 대숲이다.

봄날은 간다 대숲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은수
ⓒ 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컷

삼척시 관광 안내에 따르면 신흥사에서 삼척 방향으로 1km쯤 떨어진 근덕면 동막리, 영화에 잠깐 나오는 ‘강화순 할머니댁’ 뒤편 대숲이다. 개인 집에 딸린 숲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길가에 잠깐 차를 세우고 멀리서 조용히 보고 나오자.

맹방해수욕장, 파도소리를 담은 바다

상우가 녹음 장비로 파도소리를 담고, 은수가 뒤에 앉아 그를 바라보는 장면을 여기서 찍었다. 신흥사에서 차로 15분 정도다.

봄날은 간다 맹방해수욕장에서 파도소리를 녹음하는 장면
ⓒ 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컷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맹방해변로 228-239
  • 주차: 해변 앞 주차장 이용 (여름 개장 기간 요금은 현장 확인)
  • 이용: 상시 개방, 연중무휴
  • 문의: 근덕면행정복지센터 033-570-3074

4월이면 7번 국도를 따라 4.2km 벚꽃길이 열리고, 바로 옆 맹방유채꽃마을에서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영화 제목처럼 봄날에 가기 좋은 바다다.

하루 코스로 돌기

  1. 신흥사 — 풍경소리
  2. 대숲(근덕면 동막리) — 바람소리
  3. 맹방해수욕장 — 파도소리

세 곳 모두 근덕면 안에 있어 차로 15분 안쪽이다. 시간이 남으면 정선 아우라지(강물소리)나 강릉 오죽헌(두 사람의 데이트 장면)까지 이어 가도 된다. 강릉으로 올라가는 길이라면 동해 묵호에 들러, 은수의 집으로 나온 등대 언덕 아파트 앞길을 걸어 봐도 좋다. 실제 주민이 사는 아파트이니 단지 안쪽은 들어가지 말고 길에서만 보자.

방문 정보는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자.

당신 곁에도 다가왔다 멀어지기를 반복한 사람이 있었나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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