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결말을 포함합니다.
은호는 “내가 널 놓쳤네”라고 하고, 정원은 “내가 너를 놓았어”라고 한다. 한 글자 차이인데, 두 번 보고 나서야 그게 같은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 글에서 볼 것
- 영화 이야기 — 버스와 비행기, 눈을 떠버린 소원, 그리고 정원의 집
- 촬영지 — 사귀자고 하던 나무다리와 은호식당은 남해 어디인가
- 방문 정보 — 지족반점·파도리해수욕장 주소·영업시간·주차
영화 정보
- 감독: 김도영
- 주연: 구교환(은호), 문가영(정원)
- 개봉: 2025년 12월 31일 · 115분
- 원작: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 리메이크
고향 가는 고속버스에서 처음 만난 은호와 정원이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됐다가 헤어진다. 10년 뒤, 호찌민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친다. 태풍으로 발이 묶인 하룻밤, 두 사람은 그때 왜 헤어졌는지를 처음으로 이야기한다.

비행기에서 쏙 내민 얼굴, 그리고 버스에서 비행기로
시작하고 비행기에서 첫 만남에 구교환이 얼굴을 쏙 내미는데, 아이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첫 만남에서는 우연히 교통수단인 버스를 타고, 도로가 사고로 이어지면서 만남이 이어진다. 헤어진 뒤에 다시 만날 때도 교통수단이다. 이번에는 비행기. 돈 없는 대학생이라서 버스로, 이제는 번듯한 직장인으로 비행기로 바뀐 거다. 비행기에서 만났는데 기상악화라는 사고로 만남이 이어진다.

두 번 다 탈것에서 만나고, 두 번 다 사고가 붙잡아 둔다. 처음 볼 때는 못 봤고 두 번째에 보였다.
현재가 흑백, 과거가 컬러
보통은 과거를 흑백, 현재를 컬러로 나타낸다. 이 영화는 반대로 현재를 흑백, 과거를 컬러로 나타내면서 행복한 시절을 컬러로 보여주고, 그걸 구교환이 게임 모티브라는 설정으로 설명해 준다.
이 흑백 장치는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김도영 감독이 밝혔다. 다만 게임으로 설명하는 건 은호의 방식이다.
2008년에는 친구, 2010년에는 연인이 된다. 소중한 것을 위해서 서로의 꿈을 미루고 현실을 마주했지만, 현실에 부딪혀 서로의 소중함을 점차 잃어가는 모습. 그러면서 점차 보이는 구교환의 몸만 큰 어린이.
처음에는 커튼을 걷으며 햇빛을 주면서 사랑을 줬고, 나중에 햇빛이 들어온다고 커튼을 쳐버리면서 사랑이 닫힌 걸 표현한 게 좋았다.
눈을 떠버린 소원 — 놓쳤네, 놓았어
바닷가에서 소원을 비는데, 서로 해가 떨어질 때까지 눈을 감고 빌어야 한다고 했다. 둘 다 중간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눈을 떠서, 끝까지 못 가고 헤어진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은호: 내가 널 놓쳤네.
정원: 내가 너를 놓았어. 서로 서로를 놓은 거야.
처음엔 그냥 좋았는데 이유를 몰랐다. 단어로 보니까 보이더라. 놓쳤네는 사랑하는데 내가 널 놓쳐버린 거고, 정원은 사랑하지만 놓아주었다는 의미로 보인다. 둘이 잘 되었으면 하는 내 바람 때문에 저 대사가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정원의 집에는 집이 되어줄 사람이 없다
마지막에 정원의 집이 나온다. 구교환은 게임과 가족이라는 걸 만들었지만, 정원은 그렇게 원하던 집을 가졌는데 집이 되어줄 사람이 없는 결말이 2%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더 여운이 길어진 영화다.
그런데 그 집을 비추는 마지막 화면은 흑백이 아니었다. 정원의 집은 컬러였다.
나무다리·노을 바다·은호식당 — 그 경치는 어디였나
극중 배경: 은호 고향 남해
실제 촬영지: 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족마을 (배경 = 촬영지)
영화 속 은호식당은 남해 지족구거리에 있는 중국집 지족반점이다. 세트가 아니라 원래 영업하던 동네 중국집이고, 지금도 그대로 장사한다. 촬영은 2024년 5월, 딱 3일이었다.

사귀자고 이야기하던 바닷가 나무다리는 식당 근처 죽방렴 관람대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죽방렴은 500년 된 멸치잡이 방식인데, 영화 안 봐도 여긴 원래 남해 볼거리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 보고 가면 “어, 여기네” 하는 데 5분이면 끝난다. 지족반점은 장면이 아니라 짜장면 먹으러 가는 데고, 죽방렴은 멀리서 보는 풍경이지 걸어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남해 나들이 코스에 끼워넣는 게 맞다.
해 지는 바닷가에서 소원 비는 장면은 태안 파도리해수욕장 해식동굴로 알려져 있는데, 공식 자료로는 확인하지 못했다. 남해가 아니라 충남이라 같은 날 묶이지 않는다. 동굴은 물이 빠졌을 때만 갈 수 있어서 물때표를 먼저 봐야 한다.
그리고 서울에도 한 곳 있다. 둘이 사귀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걷는 장면(58분 무렵)은 중구 신당동 다산성곽길이다.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와 장충체육관 뒤로 돌아가면 성곽이 시작되고, 바깥쪽 마을길이 영화에 나온 그 길이다. 남해나 태안까지 갈 시간이 없으면 여기가 제일 가깝다.
직접 가보니 영화 속 흙길에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었다. 난간과 성곽, 소나무는 그대로다. 초입에서 300m쯤 올라가면 성곽과 남산이 함께 보이는 구간이 나오는데, 거기까지만 걸어도 충분하다. 성곽 안쪽 길은 저녁 6시에 닫히니 해 있을 때 가는 게 좋다.

방문 정보
- 지족반점(은호식당):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40 / 11:00~20:00 (브레이크타임·휴무는 전화 확인 권장) / 055-867-2220
- 죽방렴 관람대(나무다리):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810 / 상시 개방 / 무료 / 도로변 주차
- 파도리해수욕장(소원 장면):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파도로 490-85 / 해식동굴은 간조 때만 접근 가능 / 주차 공간 좁음
- 다산성곽길(산책 장면): 서울 중구 신당동 /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 장충체육관 뒤 / 상시 개방(성곽 안쪽 신라호텔 구간은 09:00~18:00) / 무료 / 주차 없음, 지하철 권장
방문 정보는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확인하는 게 좋다.
당신 인생에서 컬러였던 시절은 언제인가요? 그 옆엔 누가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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